리라의 수영일기_초급반_1일차
수영장은 집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집근처에 걸어서 15분 거리에 실내수영장이 하나 더 있지만 거리가 더 먼 수영장을 고른 이유는 가까운 수영장을 광탈 당했기 때문! 추첨제인 곳은 꾸준히 다니기 힘들어보인다. 혹시라도 주변에 수영장이 여러 곳 있는 지역에 있다면 선착순제로 운영하는 수영장으로 가보자. 차라리 선착순제는 내탓으로 떨어지니 떨어져도 마음의 타격이 덜하다.
게다가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곳 수영장이 길이 50m의 레일에서 강습 받을 수 있어 더 좋다고 한다!(친구말로는 흔치 않은 찐수영장이라고) 이 왕 배울꺼 더 긴 곳에서 하면 좋겠지? (그리고 나중에 이 생각은 후회하게 되는데...)
게다가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수영장 바로 앞에 내릴 수 있는 마을버스가 있다! 그냥 내맘대로 이제 이 버스는 수영 셔틀버스로 정해버렸다.
단점은 이 차를 놓치면 15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첫날이라 이 버스를 놓칠까봐 새벽 4시부터 잠을 설쳤다. 10분 20분 단위로 잠에서 깨며 설잠을 자다가 6시가 되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5분만에 옷을 갈아입고 후다닥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어둠 속에서 달려오는 마을버스. 첫차를 타고 수영장으로 가는 나 좀 대단할지도...?
1월의 추운 겨울,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버스를 타고 수영장으로 가는 마음이 설레였다.
그러다가 문뜩 든 생각.
내 수모는 실리콘 수모인데..? 나 잘 쓸수 있을까?
황급히 수모쓰는법을 검색 해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영상을 찾아보았다.
수모 쓰는 법, 수영복 입는 법 같은 영상은 미리 찾아 볼 것. (아, 그런거 다 안다고? 그..그래...)
추운 새벽 수영장의 첫 느낌은 왠지 모르게 더 거대한 느낌.
두리번 거리며 체온측정, QR체크를 하고 옷장키를 받은 다음 앞서 걸어가는 선배님들의 뒤를 따라 탈의실로 입장.
옷을 벗고 샤워도구와 수영복을 챙겨 샤워실로 이동했다.
코로나 이후에 마스크 없이 공공장소에 있는 건 처음이라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 때 챙겨야 하는 것들
1. 수영복, 수영모, 수경
2. 비누, 샤워타올, 샴푸, 린스
3. 들고 들어가진 않지만 샤워장을 나왔을때 몸 닦을 수건
샤워장 안에서 몸을 씻고 수영복을 입는데 생각보다 입기가 힘들다?

물에 젖은 몸에 물에 젖은 수영복을 입으려니 끙끙.. 게다가 나는 어깨가 들어나지 않은 수영복. 더 입기가 힘들었다.
아.. 이래서 엄마 반응이 시원찮았구나..
옆에서 보다 못한 한 아주머니 선배님께서 내 등에 말려있는 수영복을 어깨까지 당겨올려 주셨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수영복을 헉헉거리며 입어서 그런지 수모는 걱정했던것 보다 쉽게 쓸수 있었다.
양 눈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써늘한 수영장으로 입장했다.

(실리콘 수모를 쓰면 표정이 자동으로 요렇게 된다.)
수영장안을 사진촬영하는 것은 아쉽게도 금지되어있다. (당연하게도 탈의실, 샤워장도 금지)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니 1레일은 초급레일, 2 레일은 중급, 3,4,6, 레일은 상급, 5레일은 고급, 마지막 끝 레일은 입장 전 걷기 레일이였다. (상급 인원이 젤 많다.. 왜그런거지?)
눈치것 걷기 레일에서 열심히 걷다가 6시 50분쯤 초급레일로 달려가 구석에 찌그리고 있으면서 강습시간을 기다렸다.
7시가 되자 호루라기 구령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드디어 나의 첫 수영 강습이 시작 되었다.
"자- 일단 지면에 앉아 발을 쭉 펴시고 물살을 차보세요. 수면을 찼을때 찰방찰방한 느낌이 아니고 둥!둥! 힘차게 차야합니다."
"자- 다음은 숨쉬는 법입니다 음-파! 음-파! 고개를 물속에 넣었을때는 음- 내뱉으며 파!"
"이제 물 속에서 해보겠습니다."
수강등록을 실패했던 지난날 수많은 수영 유튜브와 수영 웹툰으로 지식을 쌓아온 폰수영 2년차의 몸이시다!
내 두뇌는 이런 초급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그리고 이 날 나는 뇌는 알고 있었지만 몸은 몰랐던 죄로 살아생전 역대로 많은 수영장 물을 먹고 말았다. 그것도 코로!
<계속>